겨울이 올 것이라고 창밖의 하얀 겨울이 말해 주었다.
찬 바람도 불어올 것이라고
창밖의 보얀 겨울이 내게 말해 주었다.
창유리에 어느덧 비치며 유리 면을 타고 아래로 미끄러지는
그 하얗고 보얀 것이 눈부시게 눈가에 밀려들 때
나는 그것이 겨울의 하얀 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 겨울의 하얀 바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닫힌 문을 열 것이다.
창밖에, 집 밖에 눈이 내려도
떨어져 내리는 눈 사이로 찬 바람이 불어와
눈이 쌓인 길 위를 걷기가 힘들어질지라도
나는 닫힌 문을 열고서
찬 바람을 맞으며,
길 위에 하얗게 쌓인
하얗고 보얀 그것을 내 두 발로 밟으며,
눈앞에 펼쳐지며 끝없이 다시 또 펼쳐질
그 하얀 겨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서문
그 모습을 그리며 생각하는 날에
비 내리는 날의 편지
안개 바람이 부는 들판에 홀로 서서
두 눈에 와 닿는 아침의 모습
그대를 찾아 안갯빛 바다로 노를 저어 가면
푸르게 반짝이는 창 앞의 꽃잎을 바라보며
밝고 맑은 두 눈으로
그리운 저 바다는 노을빛으로 물결쳐 흐르며
비바람이 부는 어느 그리운 날에
안개의 숨결 같은 바람이 부는 곳에서도
새벽빛 별의 노래
비와 바람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 그 기다림 속의 네 모습
당신은 내 모든 사랑
하얀 구름의 날개깃 사이로 바람이 불면
안개는 바람과 어우러져 물기 어린 빛으로 나부끼며
멀리 떠나지 않는 그 이름
그립게 아른거리며
나의 푸른빛
비에 젖은 네 모습이 창유리에 그려지면
그리운 마음은 파도처럼
빛과 같이 새롭게 밀려드는 소리
바람도 지나쳐 가 버린 그 그림자 위에는
푸른 바다의 창이 그를 부를 때
말없이 불빛 속에 스며들던 그 모습
안개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하얀 눈물 같은 눈물로
하루 동안 불러 보고 싶었던 그 이름
오래전의 그 길을 그대와 걸으며
안개 바람
하얀 잔물결과 달그림자
그대와 내가 서로를 아득히 바라볼 때
가까이 다가오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멀어지는
그 눈빛과 같은 머릿결로 지난날을 감싸안으며
물안개처럼 밀려드는 물소리
꿈속의 그 순간과 같이
새벽의 빛으로 물결치는 작은 별이 저 먼 곳에 있어
그대의 마음이 내리는 날에
창유리에 어리비쳐 드는 별빛의 소리
그 눈빛은 빗물처럼 아득히 이어져 그때의 그날과 같이 흐르고
찬 바람이 다시 불어오는 날에
물결치는 바다와 같은 그대를 품에 안고서
그대와 내가 머물 수 있는 곳에
마음속에 스며들듯 이는 바다의 파도 소리
비바람 속에 홀로 서 있던 그때의 그 어느 날에도
영원히 너인 너에게
겨울 하늘을 따라 흐르는 흰 눈의 파도 사이로
너는 아침의 눈빛으로 바람을 헤치고 다시 돌아와
그 옛날의 작은 별
빛의 산에 올라 메아리처럼 나부끼며
그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빗속에 서 있었다
언젠가 그 푸른 향기로 물결치던 푸른빛의 그 꽃잎 같은 모습으로
그날의 그 모습은 저 먼 어둠 속의 불빛과 같이
마음속에 이는 그때의 그 눈빛으로
그대의 모습은 비에 젖은 별빛으로 새벽 하늘가에 어리어
다시 들려오는 푸른빛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밀려드는, 푸르게 밀려드는 그 작고 푸른 꽃잎에
새벽빛 호수에는 별빛의 하얀 눈이 내리고
그 겨울의 빛은 하얀 눈길 위에 내리며
바다가 보랏빛의 별빛으로 물결칠 때
그립게 파도치며 하얗게 파랗게 너는 물결치며
하얀 겨울의 무늬를 따라 길을 걸어가다 보면, 하얀 겨울의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겨울나무와 겨울나무의 가지 사이로 흩날려 흩어지는 하얀 눈의 조각들.
하얗게 반짝이는 그 겨울의 조각들은 겨울의 무늬를 곳곳에 그려 넣으며 하얀 겨울의 빛으로 겨울의 모습들을 감싸안는다.
유종우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 ‘바닷바람’을 발표하며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지구 사랑 공모전 시 부문 입선.
최신작으로는
시집 ‘네 눈동자에 바다가 있어’, ‘너는 눈꽃 사랑이야 눈빛 사랑이야 눈물 사랑이야’, ‘베가’, ‘동시의 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