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원하는 건
경쾌한 리듬의 보폭
취미와 취향의 세계를 넓혀 갈 ‘좋아하세요?’ 시리즈. 네 번째 주제는 산책이다. 안온한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는 김혜림 작가의 첫 에세이로, 삶의 크고 작은 난관을 산책으로 돌파해 온 작가의 ‘걷는 생활’을 담았다. 삶이 막막할 때 우리는 걸어야 한다. 산책은 스스로 마음을 살피고 나에 대해 잘 알아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니까. 자꾸만 희미해지는 기분이 들 때, 모든 게 한때의 꿈으로 끝나 버린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마다 현관을 나서 일종의 의식처럼 산책의 시간을 가진다. 한참을 걷다 보면 불안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홀가분해진다.
작가는 “거리를 활보하며 나에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떨쳐 냈다”고 말한다. 밤의 한강을, 노을 지는 오름을, 한낮의 골목길을 산책하는 일은 나만의 보폭으로 잘 살아 보겠다는 매일의 다짐과도 같았다. 두 발로 주문을 외듯 걸어가며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점차 단단해졌다. 그렇게 나를 찾기 위해 걷는 생활이 일상에 경쾌한 리듬을 가져다주었다. 이 책은 무거운 마음들에게 가벼운 발걸음을 권한다. 사심 없이 걷는 즐거움이 미래의 우리를 한 발짝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Prologue
‘초록으로’ 산책
팔레트 안 초록
목장길 따라
각자의 시간을 걷는 일
평범한 날들
비행기
울지 말고 걸어가
부재
제주에 산다
고요와 숲
강아지 폴
나의 파티오라금
아무도 없는 해변의 발자국
‘밤으로’ 산책
파란 새벽
여름밤 냄새
볕 좋은 오후에 할 일
낙원의 밤
대설
보랏빛 오름
나의 막대기별
밤의 여행자
캠핑과 방풍나물
관계의 선
밤으로 고양이
흐린 날의 거북손 채집
‘시간으로’ 산책
고마운 말에게
숲속 갈림길을 대하는 자세
무채색 취향에 대해 말하자면
오일장을 기다리는 이유
네 발 달린 동네 친구들
낮맥의 기쁨
5센티
계절 같은 것에 취해
고사리
엄마의 리틀 포레스트
다정에 익숙해지는 중
돌고래를 보았다
빨간 날에는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산책’ 좋아하세요?
여러분에게 빨간 날은 어떤 의미인가요?
카멜북스는 빨간 날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날’로 해석하고, 빨간 날 즐기고 싶은 취미와 취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시리즈로 엮어 보기로 했습니다. 분야에 상관없이 ‘나의 세계를 채우는 어떤 것’에 대해 즐겁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빨간 날의 네 번째 주제는 ‘산책’입니다.
일상에 경쾌한 리듬을 부여하는
산책 생활자의 걷기 예찬 에세이
“온전히 걷는 일에 의미를 두면 마음에 쌓아 둔 모든 것이 잠시 보잘것없어진다.”(p.109)
안온한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며 제주에 살고 있는 김혜림 작가는 매일 오후 반려견 폴과 동네를 산책하고 틈만 나면 어디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산책 생활자’입니다. 어릴 때 온 가족이 함께 밤길을 걸으며 목청껏 노래 부른 기억이 버거운 날들 속에서도 다시 씩씩하게 걸어갈 힘이 돼 주었고, 뜻밖의 이별을 반복하며 무너진 가운데에서도 두 발로 주문을 외듯 걸어가며 일상을 회복합니다. 삶의 크고 작은 난관을 산책으로 돌파해 온 작가의 걷는 일상을 <산책 좋아하세요?>에 담았습니다. 짧은 호흡의 글과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을 걷는 듯 천천히 읽어 주세요.
걸으며 몰랐던 나를 마주하고
삶의 군더더기를 떨쳐 내는 일
“걸으면서 불안은 무뎌졌고 걸으면서 몰랐던 나와 이야기했다. 거리를 활보하며 나에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떨쳐 냈다.”(p.191)
그렇다면 왜 하필 산책이었을까요? 작가는 걷는 행위를 통해 ‘내 안의 나’를 만났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법으로 걷기를 꼽은 리베카 솔닛의 말처럼 산책은 스스로 마음을 살피고 나에 대해 잘 알아보려는 시도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억지로 부여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쓸데없이 곱씹으며 스스로 괴롭히는 일을 그만둘 수도 있겠지요. 나만의 보폭으로 걸으며 일상에 경쾌한 리듬을 만들고, 나를 찾기 위해 낯선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의 무거운 마음들에게 가벼운 발걸음을 권합니다. 사심 없이 걷는 즐거움이 미래의 우리를 한 발짝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평범한 날들을 그린다. 시간의 흐름에 짙어지거나 혹은 희미해져 무뎌지는 감정들, 무엇으로도 통제할 수 없이 변화하는 순간을 담고, 그날들을 기록하며 고맙게도 펼쳐진 풍경의 초록 안에 살고 있다.
인스타그램 @rimdraw.bree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