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 심겨 있는 주황빛의, 연록 빛의 나무들을 통해 가을을 알리는 계절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지요.
다채롭고 감미로운 나뭇잎들이 한데 어우러진 그 모습을 생각할 때면, 내 두 눈과 눈빛은 솜털 구름을 덮는 남실바람처럼 포근해지고, 이른 가을볕을 머금은 풀잎들 소리처럼 편안하고 잔잔한 느낌으로 충만해져요.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느껴 보기도 전에 가을은 어느새 멀리 떠나가 버리고, 어슴푸레한 나뭇잎의 빛깔만이, 가을이 떠나 버린 그곳에 홀로 남아 바람 소리처럼 희미하게 어른거리네요.
이제는 계절의 향기를 전하는 나뭇잎들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도 없지만, 그 나무 빛의 향기로 보드라운 설렘을 만끽하기 또한 힘들어져 버렸지만, 그 빛깔의 향기를 닮은, 그 설렘을 닮은 그 시절의 풍요로웠던 날들이 바로 어제 일처럼 내 가슴에 생생히 남아 있기에,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가 떠나 버린 거리에서, 작은 벤치가 쉬고 있는 길 위에서, 따스하면서도 나긋한 가을 내음 같은 반가움을 나는 느낄 수 있어요.
꽃이 멀리 떠나도 언젠가는 다시 피어나듯 그날의 향기는 변함없이 늘 내가 서 있는 곳을 비춰 주고 있답니다.
방안을 밝히는 불빛처럼, 지나 버린 날들이 다시금 내 곁에서 아련히 피어오르는 듯해요.
찬 바람이 들이치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가슴은 따뜻해져 오네요.
서문
산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
국숫집에서 먹는 볶음밥
엄마 닭과 병아리
사과, 딸기, 바나나 그리고 키위
친구의 자전거
굴뚝새의 아침
오늘은 만두를 먹기로 해요
싱그러운 빛깔이 가득한 물
햇살의 파도는 꽃잎처럼 반짝이며
아이스크림케이크
나무 사이로 흐르는 하늘
다 같이 웃고 또 웃고
물개는 바다의 파도와 같이
내 동생 얼굴
나뭇가지에 앉은 그 새는 비둘기일까, 까마귀일까
풀잎 위의 이슬
침대 위의 거인
아빠와 킥보드
유리 구름 사이로
칼새
연필 가족
또순이의 함박웃음
어린 여우의 사냥 연습
가자미
수달과 펭귄의 하품
해님같이 달님같이 웃는 풍선
딱새 부부
나무와 꼬마 꽃
샘물의 아침
곰이 곰곰이
친구와 먹는 빵의 맛은?
동산에 흐르는 노래
물속의 수다쟁이
오늘도 풀을 맛있게 먹어요
무화과
모래톱의 웃음소리
우리 집 냉장고
물을 톡 건드리면
새벽의 놀이터
에펠탑 위의 참새
어린 요크셔테리어의 외출
빵과 나
소녀의 우산
밥알이 도르르
아침의 밝은 빗물
다람쥐는 자기 꼬리로 집 청소도 할까?
풀잎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
꼬마 숙녀
코 고는 친구
빠 빠빠 빠
벌새가 사는 집
내 동생 포근이
상냥하고 정겨운 우리 집
할아버지 농장의 동물 친구들
몬스터 가족
커피 케이크
부자인 우리
소꿉놀이
시험공부
갈매기와 나
꽃 내음 가득한 오솔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엉덩이
야호
노랗게 파랗게
즐거운 산책
안개의 신사
창밖의 허수아비
맛 좋은 건 다 같이 먹어요
겨울 눈이 내리는 졸업식
호떡
하늘 바다
숲속 요정들의 겨울 소풍
휴식 같은 휴식
겨울 찐빵
계곡물에 달빛이 비치면
건물과 가로등의 키
숲속을 뛰어다니며
라쿤의 쿠키
벽면에 그려진 햇살
어이구, 우리 강아지
다 먹고
벽난로 앞에 놓인 유리잔
토끼 숲
가을이 오려는지
석류나무
숲속 친구들은 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태양 빛의 아이들
산책할 때 들을 수 있는 소리들
세상에 가득한 웃음
소년이 눈빛으로 그린 하루
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구름은 물결처럼 나부끼고
작은 발자국의 웃음소리
구름이 부르는 노래
창밖의 여우
푸른 바다를 그려야지
간판 위의 작은 물새
나무와 함께
가시연꽃처럼 꽃구름처럼
아빠와 엄마와 누나와 동생의 가방
바람의 온도를 느껴 봐
두 손에 어린 나무의 빛깔과 그 향기
어린 시절의 언덕
가을바람이 꽃잎처럼 흩날리는 오후에 햇볕을 쬐면 허전한 마음이 포근해져요. 수프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난로 곁에 있으면 온 가슴이 따스해져요.
그렇다면 그런 날에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시를 읽어도 역시 마음이 포근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온 가슴이 따스해지죠. 햇볕을 쬘 때처럼, 수프를 먹을 때처럼, 난로 곁에 있을 때처럼 그 마음이 포근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텅 빈 것만 같던 온 가슴이 따스해진답니다.
그런 포근하고 기분 좋은, 따스한 느낌의 시가 실려 있는 ‘동시 사랑 동시집’을 곁에 두고 읽어 본다면 언제나 따스하고 기분 좋은 포근한 느낌을 느낄 수 있겠죠?
찬 바람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나긋이 감싸주고 어루만져 주는 ‘동시 사랑 동시집’을 우리 함께 만나 보기로 해요.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바닷바람’을 발표하며 창작 활동을 시작함.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지구 사랑 공모전 시 부문 입선.
최근작으로는 ‘동시 나라 동시집’, ‘초롱롱롱 초롱비’, ‘집 없는 강아지’, ‘슬러시’, ‘재미있는 동화책’,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