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협객(大俠客) 동방검(東方劍)의 일대기(一代記)를 그린 작품입니다. 물론 가공(架空)의 인물입니다.
산골에서 태어나 강호무림(江湖武林)의 정상(頂上)에 우뚝 서기까지의 그의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일생을 통쾌(痛快)한 내용들로 가득하게 엮었습니다. 복잡한 내용들로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내용이 전개되므로 읽으시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무협(武俠)으로는 2019년 4월 26일 처음 출간된 평화문(平花門) 이후 여의신검문(如意神劍門), 호왕문(虎王門), 무림 며느리, 천상문(天上門), ‘중원무림(中原武林) 지하세계(地下世界)에 가다’, 취검문(醉劍門), 장백검선(長白劍仙)에 이어 아홉 번째 작품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재미있고 참신한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1화 동방검(東方劍)
제2화 동방가(東方家)
제3화 결계(結界)
제4화 이상한 경험
제5화 무공수련(武功修練)
제6화 다시 인간계(人間界)로
제7화 화산파(華山派) 입문 퇴짜
제8화 선계(仙界) 재방문
제9화 재회(再會)
제10화 선인장(仙人掌)
제11화 강호정세(江湖情勢)
제12화 전국(全國) 무림대회(武林大會)
제13화 무림맹(武林盟) 결성(結成)
제14화 소림사(少林寺)로제15화 소림 방장(方丈)과의 대결(對決)
제16화 혼세천존(混世天尊)의 명령
제17화 무림(武林)의 공적(公敵)이 되다.
제18화 혼세천문(混世天門)으로
제19화 광마장(狂魔掌)
제20화 사제지연(師弟之緣)
제21화 인간(人間)이 된 동미미(董美美)
제22화 쌓여가는 오해
제23화 무당(武當) 방문
제24화 소림(少林) 방문
제25화 무당(武當) 멸문(滅門)
제26화 정파(正派) 복속(服屬)
제27화 친선(親善) 비무대회(批武大會)
제28화 비무대회(比武大會) 결과(結果)
제29화 혼세천존(混世天尊)의 엉뚱한 꿈
제30화 군사훈련(軍事訓練)
제31화 천지대전(天地大戰)1제32화 천지대전(天地大戰)2
제33화 전대(前代)의 기인(奇人)들
제34화 별것 아니지 않은가?
제35화 멸마단(滅魔團) 패퇴(敗退)
제36화 천지대전(天地大戰)3
제37화 천지대전(天地大戰)4
제38화 지하뇌옥(地下牢獄)
제39화 유인전략(誘引戰略)
제40화 소림사 지부장과의 일전(一戰)
제41화 혼세천문(混世天門) 최정예 기동대
제42화 혼세천문(混世天門) 무인 일천 명
제43화 혼세천문(混世天門) 부문주(副門主)
제44화 혼세천문(混世天門)으로 복귀하라!
제45화 복귀(復歸)와 폐서인(廢庶人)
제46화 무림맹(武林盟) 재건(再建)
제47화 광마장(狂魔掌)과 연화장(軟化掌)의 격돌
제48화 폭풍전야(暴風前夜)
제49화 부문주(副門主)와 동미미(董美美)의 격돌
제50화 혼세천존(混世天尊)의 최후
제51화 대미(大尾)
제1화 동방검(東方劍)
단 다섯 가구가 살고 있었다. 번천(飜天)이라는 산골 마을이었다. 그곳에도 아이들이 있었다. 많이 낳던 시절이라 또래들이 십여 명은 되었다.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오늘은 이 집에서, 내일은 저 집에서 놀았다. 누군가가 귀신 이야기라도 하면 모두 무서워서 몸을 떨었다.
봄에는 산을 뛰어다니며 진달래를 따 먹었고, 여름이면 큰 재에 올라가서 강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놀았다. 저멀리 지평선에 닿아 보이는 남해 바다는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가을에는 산을 쏘다니며 머루를 따 먹었고, 겨울에는 논에 물을 대서 언 논바닥 위에서 썰매를 탔다. 행복한 날들이었다.
그중의 한 아이는 저 아래 판점(板店)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외롭게 홀로 서 있는 토담집이었다. 아이는 매일 혼자서 놀았지만 심심할 날이 없었다. 나무로 활과 칼을 만들어 매일 활을 쏘고 칼을 휘두르며 살았다. 부모님은 매일 농사일을 하러 가셨고, 다른 집과는 달리 형제도 없었다. 아이의 이름은 동방검(東方劍)이있다.
동방검(東方劍)의 일상은 항상 똑같았다. 번천(飜天)과 판점(板店) 사이에는 육십여(六十餘) 가구가 부락을 이룬 마을이 하나 있었다. 동방검(東方劍)은 자주 그 마을에 가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아이들의 놀이는 주로 자치기, 제기차기, 팽이 돌리기, 연날리기 및 연싸움, 닭싸움, 땅따먹기, 술래잡기, 논두렁에 불 지르기 등이었다.
제2화 동방가(東方家)
동방검(東方劍)의 아버지는 항상 동방검(東方劍)에게 동방(東方)씨는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방삭(東方朔)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사람들은 동방삭(東方朔)이 삼천갑자(三千甲子) 즉 십팔만년(十八萬年)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후손들에게는 그렇게 전해지지 않았다. 조상 동방삭(東方朔)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었고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 직언(直言)을 하다가 죽은, 나름 정의로운 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동방삭(東方朔)에 대한 대표적인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면 이러하다. 그가 십팔만년(十八萬年)을 살아서 수명이 다했는데 저승사자들이 그를 찾을 수가 없어서 저승으로 데려가지 못하고 있었다. 워낙 신출귀몰한 데다가 변장술에 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홀연히 저승사자들 앞에 나타나더니 동박삭(東方朔)을 찾으려면 저 아래 냇가에서 숯을 물에 씻으라고 하였다. 그래서 저승사자들은 다른 방법도 없던 터라 저자 ‘시장’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에서 숯을 사다가 냇물로 씻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젊은 청년 하나가 다가오더니 냇물에 숯을 씻고 있던 저승사자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소?”
“보시다시피 우리는 냇물에 숯을 씻고 있소.”
그러자 청년이 말했다.
“허, 참, 나 원... 내가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살았소만 물로 숯을 씻는 사람들은 처음 보오”
그러자 저승사자들이 말했다.
“아, 당신이 바로 그 유명한 동방삭(東方朔)이오?”
“그렇소.”
“잘 만났소.”
“당신들은 누구요?”
“우린... 저승사자요.”
이렇게 해서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산 동박삭(東方朔)은 저승사자들에게 잡혀 저승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에 떠도는 풍설(風說) 출처를 알 수 없는 떠도는 소문
일 뿐, 정작 동방가(東方家)에는 그런 말은 전해 내려오지 않았다.
제3화 결계(結界)
동방검(東方劍)은 올해 열 살이다. 오늘은 등에는 활과 전통(箭筒) 화살을 넣는 통
을 메고, 손에는 나무를 깎아서 한쪽에만 날이 서게 만든 칼 즉 목도(木刀)를 들고 들로 나섰다. 그런데 얼마쯤 갔을까?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혼자서 익힌 무예를 시험해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개 한 마리가 동방검(東方劍)의 시야에 들어왔다. 개는 동방검(東方劍)을 보더니 동방검(東方劍)을 향하여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며 짖는 게 마치 친구들을 부르는 듯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개들이 무리 지어 나타났다. 이십여(二十餘) 마리가 넘어 보였다. 개들은 삼장(三丈) 약 9m
밖에서 동방검(東方劍)을 에워싸더니 귀가 따갑도록 짖어댔다. 말로만 듣던 들개 떼였다.
들개들은 삼장(三丈) 밖에서 짖어대기만 할 뿐 동방검(東方劍)에게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서 더 이상 못 참겠는지 그 중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동방검(東方劍)을 향하여 날아들었다. 동방검(東方劍)은 기수식(起手式) 비무를 행할 때 펼치는 첫 초식
의 자세로 목도(木刀) 나무로 만든, 날이 한쪽에만 있는 칼
를 좌하(左下)에서 우상(右上)으로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날아오던 들개는 공중에 뜬 채로 목 부분이 잘려 몸체가 양단(兩斷)되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동료의 피 냄새를 맡은 들개들은 사방에서 동방검(東方劍)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어떤 놈은 날아서, 어떤 놈은 뛰어서 달려들고 있었다. 동방검(東方劍)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였다. 지금까지 홀로 연마해 온 도법(刀法)을 실험해 볼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연달아 들개들이 죽어갔고 바닥에는 들개들의 피가 흥건하게 고였으며 죽은 들개들의 사체가 싸여갔다. 이제 들개들 중 약한 놈들은 다 죽고 최강자만 여섯 마리가 남았다. 그리고 어린 동방검(東方劍)의 몸에서 힘도 많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들개 여섯 마리는 점점 흉폭하게 울부짖으며 달려들었고 동방검(東方劍)은 점점 뒤로 밀려나 길가에서 점점 멀어져 산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동방검(東方劍)은 개들이 더 이상 짖지도 않고 따라오지도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겼다. 이쪽에서는 저쪽이 보였지만, 저쪽에서는 이쪽이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다. 동방검(東方劍) 자신은 몰랐지만, 그는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인간계(人間界)와 선계(仙界) 신선이 사는 세계
를 구분하는 결계(結界) 계(界) 즉 일정한 지역을 구분해(結) 놓은 경계선(境界線)
를 뚫고 선계(仙界)로 들어온 것이다. 아니, 표현이 틀렸다. 인간계와 선계(仙界)는 결계(結界)에 의하여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그 결계(結界)에는 어떤 특별한 장소에는 인간계(人間界)와 선계(仙界)가 서로 통하는 통로가 더러 있었고, 동방검(東方劍)은 정말 우연히도 그런 통로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제4화 이상한 경험
동방검(東方劍)은 순간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나락(奈落) 도저히 벗어나기 힘든 절망적인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기 직전 그가 마지막으로 한 생각은 자신이 죽어서 저승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눈을 떴다. 정신이 돌아온 것이었다. 그가 정신이 돌아온 후 맨 처음 느낀 점은 그곳이 밀실(密室)이라는 것이었다. 어두컴컴한 밀실의 천장과 벽에는 야명주(夜明珠)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는 보석
들이 촘촘히 박혀있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등이 차가웠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몸으로 얼음 침대 위에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헌데 특이한 것은 등은 차가워서 체내(體內)로 한기(寒氣)가 밀려 들어오는데 밀실 안은 훈풍(薰風) 훈훈한 바람
이 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낭랑(朗朗)한 맑고 또랑또랑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정신이 드셨나요?”
자세히 보니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 하나가 다가와서 동방검(東方劍)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동방검(東方劍)은 거의 혼자 살아왔기에 여자들의 얼굴을 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이 소녀의 얼굴은 화용월태(花容月態)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과 맵시 를 이르는 말
바로 그것 같았다.
아니, 월궁(月宮) 달 속에 있다는 전설상의 궁전
의 항아(姮娥) 중국 고대 신화에서, 달 속에 있다는 선녀
가 지상에 내려온 것 같았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가 오직 이 소녀의 모습을 형용하기 위해 탄생한 것만 같았다. 동방검(東方劍)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동방검(東方劍)의 입은 전에 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 맘대로 놀았다. 제어가 안 되었던 것이다. 그의 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녀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나는 동방검(東方劍)이라고 하며 올해 열 살이오. 낭자(娘子)의 방명(芳名) 꽃다운 이름이라는 뜻으로, 남의 이름을 높여 이르는 말
은 어찌 되시오?”
“동방검(東方劍)? 아, 동방(東方) 씨였군요. 저는 동미미(董美美)라고 해요. 동(董)가죠.”
이런 대화가 오가던 중 동방검(東方劍)은 화들짝 놀라서 재빨리 몸을 뒤집었다. 전라(全裸) 옷을 완전히 벗은 상태의 몸
로 누워있는 자신의 몸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동미미(董美美)가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까르르 웃는 것이 아닌가? 남자인 동방검(東方劍)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게 닳아오르는 데 반해, 여자인 동미미(董美美)는 우습다고 웃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동방검(東方劍)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몸이 공중으로 솟아올랐고, 몸이 솟아오르는 동안 옷이 쇠붙이가 자석에 끌리듯이 끌려와 저절로 몸에 입혀지는 것이 아닌가?
그때부터 동방검(東方劍)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는 공중에 뜬 채로 한없이 걸었다. 허공을 걸어가듯이 밟로 밟는 자세로 앞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제5화 무공수련(武功修練)
동방검(東方劍)은 계속 앞으로 진행하였다. 끝도 없고 길도 없는 허공을 계속해서 달려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무리 달려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늘에서 천둥이 우르릉거리고 번개가 작열했다. 그와 함께 희미하게 보이는 어떤 존재들이 동방검(東方劍)을 공격해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동방검(東方劍)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저절로 동방검(東方劍)의 수족(手足)이 움직이며 그 공격들을 방어할 뿐만 아니라,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반격하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공격은 무한하게 반복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초식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졌으며, 그것을 방어하는 동방검(東方劍)의 대응 또한 상응하게 복잡다양(複雜多樣)해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동방검(東方劍)이 만들어서 사용하던 목도(木刀)와 비슷하게 생긴 도(刀)가 동방검(東方劍)의 손아귀로 들어왔다. 이제부터는 그 환영(幻影)들의 공격에 도(刀)로 대응해야 할 터였다.
그때부터 환영(幻影)들은 도(刀)로 공격해 왔고, 동방검(東方劍) 또한 도(刀)로 방어 및 반격을 했다. 자신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방어와 반격의 초식이 저절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일이 쉼 없이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다. 이젠 공격해 들어오는 적을 방어하고 반격하는 초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신의 의도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우연이 실력이 된 것이었다. 우연히 이기는 게 쌓이면 실력이 되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피곤함이 없었다. 분명히 몸을 써서 방어와 반격을 하는데도 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아무래도 느낌과는 달리 이곳은 영혼의 세계인 것만 같았다. 이런 일로 십년(十年)은 흘러간 것 같았다. 동방검(東方劍)은 이제 두 눈을 감고도 환영(幻影)들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력이 그만큼 자란 것이었다.
제6화 다시 인간계(人間界)로
그곳에는 밤이 없었다. 따라서 잠을 자는 것이 없었다. 아니, ‘밤’이나 ‘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동방검(東方劍)은 피곤함이나 졸림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는 정신을 잃었다. 혼절한 것이다. 피곤해서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누군가의 안배(按排) 알맞게 잘 배치하거나 처분함
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이 어느 아름다운 호수(湖水) 가에 누워있는 것을 알았다. 호수(湖水) 가는 기화요초(琪花瑤草) 옥같이 고운 풀에 핀, 구슬같이 아름다운 꽃
가 만발(滿發)한, 가끔 상상해 본 천국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가 눈을 뜬 후 이런 것을 깨닫고 느끼는 찰나, 예(例)의 이미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처음 보았던 그 소녀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그녀는 어디선가로부터 걸어온 것이 아니라, 동방검(東方劍)이 누워있는 곳 부근의 공기 중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그곳에서 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소녀 동미미(董美美)는 동방검(東方劍)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 때가 되어 동방소협(東方少俠)은 인간계(人間界)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여긴 어딥니까?”
“선계(仙界) 신선(神仙)이 사는 곳
지요. 대신 가시는 길에 선물을 드리죠. 우린 칠십년(七十年) 후에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잘 가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동미미(董美美)는 동방검(東方劍)을 향하여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동미미(董美美)를 향하였던 동방검(東方劍)의 신형(神形) 몸
이 등을 동미미(董美美)를 향하도록 방향이 바뀌어 있었다. 그런 후 그녀는 동방검(東方劍)을 향하여 쌍장(雙掌) 두 손바닥
을 내밀었다. 순간 굉음(轟音) 크게 울리는 소리
이 일었다.
“쿠오오오오”
그와 함께 동방검(東方劍)은 칠공(七空) 일곱 개의 구멍
으로 피를 토하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동방검(東方劍)에 대하여 호감(好感)을 가지고 있던 동미미(董美美)가 아쉽게 떠나보내야 하는 동방검(東方劍)에게 오갑자(五甲子)에 달하는 공력(功力)을 선물로 준 것이었고, 그것을 감당치 못한 동방검(東方劍)의 신체가 칠공(七空)에서 피를 토한 것이었다.
동방검(東方劍)은 순식간에 인간계로 돌아왔다. 바로 자신의 집 근처였다. 방금 전까지 칠공(七空)으로 피를 뿜었건만 그랬던 흔적조차 없었다.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말했다.
“하루 종일 어디 갔다 왔니? 어서 와. 저녁 먹어야지.”
“네? 네...”
일순 동방검(東方劍)은 멍해졌다. 십년(十年) 이상 있다가 온 것 같은데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굴을 동경(銅鏡) 구리를 갈아서 만든 거울
에 비춰보니 선계(仙界)에 들어가기 전 모습 그대로였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곳에서 수련한 무공과 동미미(董美美)가 전수해 준 내공(內功)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과, 날이 갈수록 동미미(董美美)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는 점이었다.
제7화 화산파(華山派) 입문 퇴짜
동방검(東方劍)은 그날부터 낮에는 두문불출(杜門不出) 외출을 전혀 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음
하고 밤에만 활동하였다.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목도(木刀)를 휘둘렀기에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의 무공(武功)은 날이 갈수록 수위(水位) 어떤 일을 진행하는 정도나 수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알 턱이 없는 그의 부모는 동방검(東方劍)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무림명문정파(武林名門正派)에 동방검(東方劍)을 보내려고 하였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서 저렇게 두문불출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좀 더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게 하기 위함이었다.
동방검(東方劍)이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무림 명문정파로는 화산파(華山派)가 있었다. 화산파(華山派)는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 소재 화산(華山)의 서쪽에 있는 연화봉(蓮花峰)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동방검(東方劍)을 대동(帶同) 함께 데리고 감
하고 가는 부친은 가파른 산길을 오르느라고 진땀을 흘리며 기진맥진(氣盡脈盡) 기운과 정력을 다 써서 힘이 없어짐
해졌다. 동방검(東方劍)은 생각 같아서는 부친을 업고 공중을 날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화산파(華山派)에 도착하여 입문수속(入門手續)을 밟고 나자 입문 담당 사부가 동방검(東方劍)의 무공수위(武功水位)를 시험한다고 하였다. 동방검(東方劍)은 지금까지는 무공을 전혀 모르는 척했지만, 이렇게 된 바에는 자신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무공을 전혀 모르는 척하면 기초반에 편성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까운 세월을 허송(虛送) 하는 일 없이 시간을 헛되게 보냄
하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동방검(東方劍)은 입문 담당 사부와 마주 섰다. 동방검(東方劍)은 밤마다 남몰래 수련해 오던 대로, 아니, 선계(仙界)에서 매일 수련했던 대로 자신의 실력을 몽땅 풀어놓았다. 그러자 입문 담당 사부는 동방검(東方劍)의 목도(木刀)에 밀리면서 시간이 흐르자 지쳐서 그만하자고 하였다.
잠시 후 화산파(華山派)에서 장문인(掌門人) 다음으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장문인의 사제(師弟) 월영검객(月影劍客)이 나섰다. 동방검(東方劍)은 연습한 대로 월영검객(月影劍客)의 공격에 대응하였다. 월영검객(月影劍客)은 상대가 어린아이인지라 처음에는 유(柔)하게 공격했으나 동방검(東方劍)이 이를 다 받아낼 뿐만 아니라 반격까지 하므로 거세게 공격해 들어왔다. 그러자 이에 대응하여 동방검(東方劍)의 손놀림과 몸놀림 또한 빨라졌다. 불꽃 튀기는 대결이 이어지자 아무도 모르게 나와서 이를 지켜보던 당금(當今) 바로 지금
장문인 매화검존(梅花劍尊)이 모습을 드러내고는 대결을 중지시켰다. 계속 두면 둘 중 하나가 죽거나 병신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장문인(掌門人)인 매화검존(梅花劍尊)은 동방검(東方劍)과 그 부친을 밖에 대기하게 한 후 자신들끼리 회의를 열었다. 동방검(東方劍)의 입문을 허락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동방검(東方劍)의 입문에 찬성하였다. 저런 인재(人材)가 들어오면 문파(門派)의 입지(立地) 개인이나 단체 따위가 차지하고 있는 기반이나 지위
가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동방검(東方劍)과 직접 대결을 펼쳤던 월영검객(月影劍客)은 이에 반대하였다. 자신이 대결해 본 동방검(東方劍)의 무공이 이 지상에 존재하는 무공이 아닌 데다가, 화산파(華山派)의 무공과는 상극이어서 입문(入門)할 경우 현재의 무공을 모두 폐지하고 입문해야 하며, 그렇게 입문하더라도 화산파(華山派)의 무공을 익혀서 현재의 경지(境地) 정신이나 몸이 도달해 있는 어떤 상태
보다 높아지기는커녕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입문(入門)을 거절당한 동방검(東方劍)과 부친은 쓸쓸히 산을 내려오며 화산파(華山派)를 원망하였다. 그들이 받아주지 않은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거절하는 이유조차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방검(東方劍)은 산을 내려오며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네가 어떻게 무공을 아느냐고 추궁하는 부친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부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들의 실력을 보고는 아들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후 부친은 다시는 아들을 무림 문파에 입문시키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제8화 선계(仙界) 재방문
동방검(東方劍) 자신은 몰랐지만, 객관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볼 때 이미 그는 엄청난 고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실을 몰랐기에 매일 밤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가 이처럼 연습에 매진(邁進)한 것은 무림고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연습하는 게 좋아서였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동미미(董美美)를 향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는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전에 자신이 들개들에게 쫓겨 선계(仙界)로 들어갔던 곳으로 가보았다. 그곳은 길에서 산으로 조금 올라간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목도(木刀)는 휘두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동미미(董美美)를 향한 깊은 상념에 빠졌다.
헌데 그때 갑자기 어두움이 사라지고 휘황찬란한 빛이 그를 감싸더니,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滿發)한 아름다운 경물(景物)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그러더니 오장(五丈) 약 15m
쯤 떨어진 곳에서 아름다운 소녀 하나가 동방검(東方劍)을 향하여 걸어오고 있었다. 동방검(東方劍)이 보니 꿈에도 그리던 동미미(董美美)가 아닌가? 그는 다짜고짜 그녀를 불렀다.
“미미(美美)!”
하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올 뿐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바로 앞에 다가와 설 때까지 동방검(東方劍)은 정감(情感) 어린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동방검(東方劍)에게 전혀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하였다. 아마도 동방검(東方劍)을 완전히 잊은 듯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익숙지 못한 동방검(東方劍)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미미(美美)! 잘 지내었소?”
그러자 그녀는 까르르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언니랑은 칠십년(七十年) 후에 만나기로 하셨다면서요?”
“아니, 그대가 미미(美美) 아니오? 우린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장난치지 마시오. 정말 보고 싶었소.”
“호호호! 저는 미미(美美) 언니의 쌍둥이 동생이에요. 동미려(董美麗)라고 하지요. 언니를 만나지 못하여 아쉬우시겠지만, 이번에는 제가 소협(少俠)을 안내해 드릴 겁니다.”
“아! 그랬구려. 실례가 많았소.”
“하하하, 괜찮아요. 저를 따라오세요.”
이렇게 말하고는 동미려(董美麗)는 동방검(東方劍)의 손을 잡더니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저 아래로 산이 보이고 계곡이 보이다가 강이 보이기도 했다. 얼마나 갔을까? 동미려(董美麗)는 아래로 향하면서 점점 속도를 천천히 낮추었고, 아래엔 끝없이 펼쳐진 연무장이 보였는데, 그곳에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동미려(董美麗)는 동방검(東方劍)을 잡은 손을 놓더니 아래를 향하여 동방검(東方劍)의 신형을 살짝 밀었다. 동방검(東方劍)의 신형은 속절없이 아래로 떨어져 갔고, 이미 멀어져간 동미려(董美麗)의 음성이 가느다랗게 들려왔다.
“다음에 봐요, 동방소협(東方少俠)!”
저서 - 무협소설(9권)
1) 평화문(平花門)
2) 여의신검문(如意神劍門)
3) 호왕문(虎王門)
4) 무림며느리
5) 천상문(天上門)
6) 중원무림 지하세계에 가다.
7) 취검문(醉劍門)
8) 장백검선(長白劍仙)
9) 번천신장(飜天神掌)